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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마지막 날 부스를 걷으면서 명함첩을 세어 봤더니 마흔한 장이었습니다. 나흘 동안 서서 받은 숫자입니다. 그리고 3주 뒤, 답장이 온 곳은 두 곳이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개 "원래 그렇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전시회 리드의 전환율이 원래 낮다는 거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그 마흔한 장 중 상당수가 전환이 안 된 게 아니라 연락 자체가 제대로 안 간 것이었다고 봅니다. 부스에서 명함을 받는 순간과 상대 받은편지함에 메일이 도착하는 순간 사이에, 무너지는 지점이 몇 군데 있습니다.

    아래 다섯 지점은 제가 직접 겪었거나, 겪은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복해서 나온 것들입니다.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그 전에, 이미 얼마를 쓴 건지 계산해 보세요

    후속 이야기를 하기 전에 돈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시회는 이미 지출이 끝난 항목입니다. 후속을 안 하면 그 돈이 회수될 경로가 아예 사라집니다.

    공적 지원을 받은 경우라면 숫자가 더 분명합니다. KOTRA의 2026년 해외전시회 개별참가지원 사업 공고를 보면 지원 조건이 기업당 해외전시회 연 1회, 최대 600만 원 한도, 사후 실비지원입니다. 지원 항목은 부스임차료가 필수이고, 여기에 장치 설치·시공비와 집기 대여비, 전시품·샘플 운송비(수출 편도만), 주최사 마케팅 서비스 비용이 붙습니다. 중견기업은 전체 모집 규모의 5% 이내로 제한됩니다.

    사후 실비지원이라는 말에 눈이 갑니다. 먼저 내 돈으로 다 치르고, 다녀와서 증빙을 내야 정산이 됩니다. 그러니까 전시회가 끝난 시점에 회사 통장에서 나간 돈은 이미 전액입니다.

    수출바우처 쪽도 비슷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도 수출지원기반활용사업 공고는 전년도 수출액에 따라 트랙을 나누는데, 내수기업과 수출초보(1천 달러~10만 달러 미만)가 3천만 원, 수출유망(10만~100만 달러)이 4천5백만 원, 수출성장(100만~500만 달러)이 7천만 원, 수출강소(500만 달러 이상)가 1억 원 한도입니다. 국고보조율은 매출 규모에 따라 100억 원 미만 70%, 100억~300억 원 미만 60%, 300억 원 이상 50%로 차등 적용됩니다. 메뉴판에 「전시회/행사/해외영업지원」 항목이 있어서 국제전시회 참가와 바이어 매칭에 쓸 수 있고, 통번역과 시장조사도 별도 항목으로 들어 있습니다.

    계산은 각자 하시면 됩니다. 다만 부스비에 항공·숙박·인건비까지 얹으면 명함 한 장의 원가가 얼마쯤 되는지 나옵니다. 저는 그 숫자를 한 번 뽑아 보고 나서 후속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 48시간을 넘긴다

    가장 흔한 지점입니다. 전시회가 끝나면 짐 정리가 있고, 비행기가 있고, 밀린 국내 업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후속은 늘 다음 주로 밀립니다.

    문제는 상대도 똑같이 마흔 장쯤 받아 갔다는 겁니다. 열흘 뒤에 도착한 메일은 "누구시죠"가 됩니다. 얼굴과 대화를 붙여 놓을 단서가 상대 머릿속에서 이미 지워진 뒤예요.

    현실적으로 저는 이렇게 나눕니다. 부스에서 구체적인 질문을 했던 곳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초안을 씁니다. 노트북 배터리가 버티는 만큼만요. 나머지는 도착 다음 날 오전에 보냅니다. 완성도보다 도착 시점이 먼저입니다.

    시차도 계산에 넣으세요. 한국 오전 10시에 보내면 유럽은 새벽 2~3시라 그날 받은편지함 맨 아래에 깔립니다. 유럽이면 한국 시간 오후 4~5시, 미국 동부면 밤 10시 이후에 보내는 편이 상대 오전에 걸립니다.

    두 번째 — 명함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다

    이게 진짜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답장이 안 오는 게 아니라, 보낼 말이 없어서 못 보내는 겁니다.

    부스에서 3~4분 대화하고 명함을 교환합니다. 그 순간에는 다 기억날 것 같죠. 나흘 뒤에는 안 납니다. 마흔 장이면 더 안 납니다.

    받은 명함 뒷면에 세 가지만 적어 두면 됩니다. 날짜, 그 사람이 물어본 것 한 줄, 다음에 보내기로 한 것.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가격표 보내기로 함", "MOQ 500개 가능한지 확인해서 회신", "샘플 요청함" 같은 식으로요. 이 한 줄이 있으면 후속 메일이 저절로 써집니다.

    저는 볼펜을 부스 테이블에 아예 묶어 뒀습니다. 유치해 보이지만 손이 비어 있으면 안 적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폰으로 명함 찍고 바로 메모를 붙이는 분들도 많은데, 어느 쪽이든 그 자리에서 하는 게 핵심입니다.

    세 번째 — 메일이 회사 소개서다

    후속 메일을 열어 보면 첫 문단이 회사 연혁인 경우가 많습니다. 설립 연도, 생산 능력, 인증 목록. 부스에서 이미 다 말한 내용이고, 상대는 그걸 다시 읽으려고 메일을 연 게 아닙니다.

    상대가 궁금한 건 대개 하나입니다. 내가 물어본 것에 답이 왔는가. 가격을 물었으면 가격이, 납기를 물었으면 납기가 첫 세 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제목도 마찬가지입니다. "Nice to meet you at [전시회명]"은 같은 제목이 수십 통 쌓입니다. 대신 상대가 물어본 것을 제목에 넣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Re: 500pcs MOQ & FOB Busan price — as discussed at Booth D-42

    부스 번호를 넣는 이유는 상대가 그 번호를 자기 메모에 적어 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검색으로 걸립니다.

    네 번째 — 첨부가 무겁고 링크가 없다

    카탈로그 PDF 30MB, 제품 사진 스무 장. 첫 메일에 이걸 붙이면 두 가지가 일어납니다. 회사 메일 서버에서 반송되거나, 스팸함으로 들어가거나.

    첫 메일 첨부는 한 개, 5MB 이내로 잡으시길 권합니다. 나머지는 링크로 겁니다. 구글 드라이브든 자사 홈페이지든 상관없는데, 링크에는 만료일을 걸지 마세요. 상대가 3주 뒤에 열 수도 있습니다.

    파일 이름도 손봅니다. catalog_final_v3_최종.pdf는 받는 쪽 다운로드 폴더에서 영원히 미아가 됩니다. COMPANY_ProductName_Spec_2026.pdf 정도로만 해 둬도 나중에 상대가 찾을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몇 주 뒤 답장 여부를 가르는 게 이런 것들이더군요.

    다섯 번째 — 두 번 보내고 접는다

    한 번 보내고 답이 없으면 일주일 뒤 한 번 더 보냅니다. 그래도 없으면 대개 거기서 끝냅니다. 관심 없는 거라고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전시회 직후 한 달은 상대도 똑같이 정신이 없습니다. 담당자가 휴가일 수도 있고, 내부 검토가 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세 번째와 네 번째를 각각 3주, 8주 시점에 넣습니다. 대신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메일에는 새 정보를 하나 넣습니다. 신규 인증을 땄다, 그 시장 규격에 맞춘 사양을 만들었다, 가격이 바뀌었다 같은 것. 네 번째는 아주 짧게, 문을 닫는 문장으로 씁니다. "지금은 시점이 아니신 것 같아 이 건은 닫아 두겠습니다. 필요하실 때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 메일에 답이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마다 갈릴 것 같아요. 네 번은 많다고 보는 분도 있고, 업종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제 기준일 뿐입니다.

    전자책 안내

    공장 없이 제품 만들고 해외에 판다

    공장을 찾는 것부터 견적을 비교하고, 샘플을 확인하고, 첫 주문을 넣고, 통관까지 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한 PDF입니다. 바이어와 주고받는 문장들도 상황별 예시로 붙여 두었습니다.

    가격은 19,000원이고 PDF라 결제하시면 바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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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다 해도 안 되는 경우

    솔직히 적어 두겠습니다. 다섯 지점을 다 막아도 답장률이 극적으로 뛰지는 않습니다. 부스에 들른 사람의 상당수는 처음부터 구매 의사가 없었고, 그건 후속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명함을 받았다고 그 회사가 실재하고 결제 능력이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진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단계에 가면 상대 회사가 어떤 곳인지 별도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건 후속 이메일의 영역이 아니라 그다음 단계 이야기라, 여기서는 짚어만 두겠습니다.

    제가 이 다섯 가지를 정리한 이유는 답장률을 몇 배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쪽 문제로 놓치는 건 줄이자는 쪽에 가깝습니다. 마흔한 장 중 관심 있던 곳이 다섯 곳이었는데 두 곳만 답이 왔다면, 나머지 세 곳은 되찾을 수 있는 숫자니까요.

    다음 전시회 전에 준비해 둘 것

    세 가지면 됩니다.

    첫째, 후속 메일 뼈대를 미리 써 두세요. 가격 문의용, 샘플 요청용, 일반 인사용 세 가지면 대부분 커버됩니다. 현장에서 새로 쓰려면 못 씁니다.

    둘째, 5MB 이내 요약 자료를 하나 만들어 두세요. 제품 사진 몇 장, 핵심 사양, 가격 구간, 연락처. 두꺼운 카탈로그는 링크로 겁니다.

    셋째, 지원사업 일정을 달력에 넣어 두세요. KOTRA 개별참가지원은 전년도 11~12월에 모집했고, 수출바우처 2차는 2026년 4월 17일부터 5월 6일까지였습니다. 차수마다 일정이 다르니 공고 원문을 직접 확인하시는 게 맞습니다. 아래 참고 자료에 링크를 붙여 뒀습니다.

    부업, 수출, 교육 이야기를 매일 한 편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comtrix_books · 스레드 @comtrix_books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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